[현장] 한강식품의 혁신 도계 시스템을 보다
- 등록일
-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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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닭인데 왜 맛이 다를까. 하림그룹 계열 한강식품은 그 답이 도계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2021년 약 2500억 원을 투입해 완공한 수도권 유일의 동물복지 신공장. 하루 평균 25만 마리 도계, 공시 기준 매출액 3560억 원. 치킨 스토리(CHICKEN STORY) 투어를 따라 한강식품이 자부하는 ‘물 먹지 않은 닭고기’의 현장을 확인했다.
# 모듈러 운반상자와 가스 스터닝
한강식품의 도계 공정은 농장에서 닭을 싣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일반 도계장에서는 ‘어리장’이라 불리는 철재 케이지에서 닭을 5~6마리씩 날개를 잡아 꺼내 상차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케이지에 부딪혀 골절과 피멍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던져지는 만큼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반면 한강식품은 모듈러(Modular) 운반상자를 도입해 작업자들이 닭을 살포시 올려놓고 지게차로 트럭에 적재한다. 던지는 공정 자체가 없으니 골절과 피멍이 발생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최소화된다.
도계 방식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대부분의 도계장은 닭을 거꾸로 매달아 전류가 흐르는 물에 머리를 담가 기절시킨 뒤 도계를 진행하는 전기충격(Electric Stunning) 방식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충격으로 말초혈관이 터지면서 잔혈이 발생하고, 이는 부패 속도를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한강식품은 가스 스터닝(Gas Stunning) 방식을 채택했다. 모듈러 운반상자 그대로 공장에 반입한 뒤 적정 농도의 이산화탄소(CO₂) 가스로 닭을 편안하게 재운 상태에서 도계를 진행한다.
투어 도슨트(가이드)를 맡은 김정환 사원은 “가스 스터닝을 거친 닭고기는 잔혈 없이 깔끔하며 닭고기 고유의 풍미를 온전히 지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풀 에어칠링으로 육즙을 지키다
도계 후 냉각 공정은 닭고기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단계다. 국내 대부분의 도계장은 워터칠링(Water Chilling) 공법을 사용한다. 찬물에 닭을 담가 냉각하는 방식인데, 닭이 뭉쳐져 있어 한 마리라도 오염되면 주변으로 확산되는 교차오염에 취약하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닭고기는 물을 잘 흡수하는데, 하루에서 이틀 뒤 삼투압 현상으로 물이 빠지면서 육즙까지 함께 유실된다.
한강식품은 풀 에어칠링(Full-Air Chilling) 공법만으로 냉각한다. 6.6km 구간에서 약 3시간에 걸쳐 차가운 공기로만 닭고기를 냉각시키며, 수분 흡수와 교차오염을 원천 차단하면서 닭고기 고유의 육즙을 그대로 보존한다.
김정환 사원은 “워터칠링 닭고기는 물을 먹어 빵빵하지만, 에어칠링 닭고기는 살짝 주름이 있되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다”며 차이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한강식품이 ‘물 먹지 않은 닭고기’를 품질 철학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는 이유다.
# 출고 직전까지 신선함을 잡다
에어칠링 이후에도 품질 관리 공정은 계속된다. 스티뮬레이션(Stimulation) 공정에서는 사후 강직된 닭고기에 전기자극을 줘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가공 공정의 작업장 온도는 HAC CP 권장 기준(15°C)보다 엄격한 8°C로 관리해 가공 중 닭고기 온도 상승 위험을 원천 차단한다.
포장까지 완료된 제품은 지하 3층에 위치한 트롤리 프리저(Trolley Freezer)를 필수적으로 통과한다.
영하 25°C에서 약 40분간 급속 냉각하는 이 냉각 터널을 거치면 제품 표면이 사각사각한 촉감을 띨 정도로 냉각된다. “출고 직전 반드시 이 공정을 거쳐 고객이 제품을 받아봤을 때 가장 최상의 신선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한강식품 측의 설명이다.
냉동 스토리지 81만 3000마리, 냉장 스토리지 50만 3000마리, 신선 원료 로딩 빈 12만 8000마리 규모의 저장 시설도 안정적 공급의 토대가 되고 있다.
# 당일 도계 새벽배송
한강식품의 또 다른 경쟁력은 수도권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이다. 도계 24시간 이내의 초신선 닭고기를 쿠팡 새벽배송을 통해 다음 날 아침 7시 이전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당일 도계 닭고기’ 서비스는 공장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에 가능한 유통 모델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롯데마트, 농협 하나로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주요 대형 유통점에 ‘물 먹지 않은 에어칠링 닭고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경기도지사 품질 인증 G마크를 획득하고, 서울시 친환경 유통센터 올본 인증을 받아 국내 2500여 개 학교에 급식용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운반부터 도계, 냉각, 출고까지 전 공정을 직접 확인한 이번 투어에서 한강식품이 말하는 ‘물 먹지 않은 닭고기’는 슬로건이 아니라 시스템이었다.
[인터뷰] 박길연 한강식품 대표이사
“매출 1000억 원 할 때 2500억 원을 투자했으니, 어느 누구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일이었죠.”
박길연 한강식품 대표이사에게 그 결단은 단순한 시설 투자가 아니었다. 도계 능력은 일 8만 마리에서 25만 마리로 3배 넘게 뛰었다. 그 투자의 핵심은 100% 동물복지 도계 시스템이다. 똑같은 닭을 가지고도 도계장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 박 대표의 지론이다. “물량보다 매출이 더 올라왔다는 것은 부가가치”라고도 했다. 과거에는 도계육을 통째로 넘기는 게 전부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양념육, 닭부침개, 대패 가슴살 등 제품을 다각화했고, 그 맛의 비결은 “가장 신선할 때 제품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구조 변화도 짚었다. 닭고기 소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와의 관계다. 박 대표는 “그동안은 공급이 항상 초과돼서 시세가 낮았기 때문에 상생 구조가 만들어지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올해는 프랜차이즈 쪽에서도 상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육계 사육농가가 계속 줄어들고 소규모 도계장 폐업도 이어지면서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그래서 더 버텨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육계 산업은 한강이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하고 있다”는 박 대표의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
출처 : 축산경제신문(https://www.chukkyung.co.kr)